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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글들</title>
    <link>https://writ.tistory.com/</link>
    <description></description>
    <language>ko</language>
    <pubDate>Wed, 8 Apr 2026 06:43:54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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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tl>100</ttl>
    <managingEditor>한유적</managing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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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글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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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검은 꽃 (김영하)</title>
      <link>https://writ.tistory.com/145</link>
      <description>&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width=&quot;100%&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SWNrI/btrSHv9aBhg/ilIcy3cShIMxagNJVx3w5k/img.jp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SWNrI/btrSHv9aBhg/ilIcy3cShIMxagNJVx3w5k/img.jp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SWNrI/btrSHv9aBhg/ilIcy3cShIMxagNJVx3w5k/img.jp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SWNrI%2FbtrSHv9aBhg%2FilIcy3cShIMxagNJVx3w5k%2Fimg.jpg&quot; width=&quot;100%&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gt;&lt;/span&gt;&lt;/figure&gt;
&lt;/p&gt;
&lt;p&gt;#&lt;/p&gt;
&lt;p&gt;김이정은 고아였다. 아버지는 군란에 휘말려 죽고 어머니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어떤 장사꾼 아래에서 노비처럼 부려지다가 도망쳐서 미국인 선교사가 운영하는 고아원에서 생활하던 그는, 멕시코로 떠나 일할 사람을 구한다는 신문 광고를 보고 멕시코로 떠나기로 결심한다.&lt;/p&gt;
&lt;p&gt;멕시코행 배가 출발하는 제물포에는 소년 말고도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모여들었다. 제대군인, 몰락한 황족, 도망 중인 신부, 박수무당, 좀도둑, 농부, 통역... 이백여 명의 사람들은 기대와 불안을 품고 이역만리 미지의 땅을 향해 출항한다.&lt;/p&gt;
&lt;p&gt;#&lt;/p&gt;
&lt;p&gt;이 작품은 190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한다. 조선은 대한제국으로 국호를 바꾸고 황제국을 선언하지만 나라를 지켜낼 힘이 없었다. 사람들은 풍전등화 같은 나라에서 비루하게 살기보다는 운명을 바꿀 기회를 거머쥐기를 원했다. 그런 그들에게 해외로 나가 몇 년 힘들게 일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은 솔깃한 유혹이었다. 많은 사람이 멕시코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면서 떠나기를 원했다.&lt;/p&gt;
&lt;p&gt;하지만 20세기 초 세상은 어딜 가더라도 평온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긴 항해 끝에 멕시코의 유카탄반도에 당도한 그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며 역사의 흐름에 온몸으로 부딪혔다. 착취, 폭력, 전쟁, 내전, 혁명..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쳤다.&lt;/p&gt;
&lt;p&gt;그들의 발버둥이, 두 주인공 김이정과 이연수를 중심으로 소용돌이쳤다. 두 주인공이 명백히 있지만 이 작품은 군상극에 가깝다. 둘에 집중하지 않고 이야기는 그 다양한 사람들을 오가며 이야기를 다채롭게 풀어낸다.&lt;/p&gt;
&lt;p&gt;역사는 잔인했고, 언제나 희극보다는 비극에 가까웠다. 이정과 연수는 한 때 서로를 뜨겁게 사랑했지만, 역사와 운명은 둘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남자는 착취에서 도망치다가 전쟁의 태풍 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여자는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다가 겨우겨우 다른 남자에게 몸을 의탁할 수 있었다.&lt;/p&gt;
&lt;p&gt;해피엔딩, 감동적인 이야기, 즐거운 이야기를 원한다면 이 책을 읽는 것은 잘못된 선택이다. 이 책은 역사를 타고 흘러간다. 그 흐름 속에서, 만들어진 이야기로서 잘 정돈된 기승전결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이야기는 나의 기대를 항상 배신하며 끝까지 나아갔다.&lt;/p&gt;
&lt;p&gt;#&lt;/p&gt;
&lt;p&gt;작가는 이야기를 쓰기 위해 역사를 읽었을까? 아니면 역사를 읽다 보니 써야 할 이야기가 보였을까?&lt;/p&gt;
&lt;p&gt;#&lt;/p&gt;
&lt;p&gt;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적어도 한 번은, 못해도 한 번은 읽어볼 만한 소설이다.&lt;/p&gt;</description>
      <category>독서감상문</category>
      <category>검은꽃</category>
      <category>김영하</category>
      <category>독서감상문</category>
      <category>독후감</category>
      <category>리뷰</category>
      <category>소설</category>
      <category>책</category>
      <author>한유적</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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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Sat, 3 Dec 2022 13:44:01 +0900</pubDate>
    </item>
    <item>
      <title>저주토끼 (정보라)</title>
      <link>https://writ.tistory.com/144</link>
      <description>&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width=&quot;100%&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bTvkoh/btrHY66tcTd/D7KJuehmjyoyte9gzkV9AK/img.jp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bTvkoh/btrHY66tcTd/D7KJuehmjyoyte9gzkV9AK/img.jp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bTvkoh/btrHY66tcTd/D7KJuehmjyoyte9gzkV9AK/img.jp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bTvkoh%2FbtrHY66tcTd%2FD7KJuehmjyoyte9gzkV9AK%2Fimg.jpg&quot; width=&quot;100%&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gt;&lt;/span&gt;&lt;/figure&gt;
&lt;/p&gt;
&lt;p&gt;#&lt;/p&gt;
&lt;p&gt;이 책의 제목은 &amp;quot;저주토끼&amp;quot;다. 열 편의 단편 소설이 들어있는 소설집이다. 책의 띠지에는 &amp;quot;2022 부커상 후보&amp;quot;이며 &amp;quot;환상적이고 초현실적인 요소를 사용해&amp;quot; &amp;quot;참혹한 공포와 잔혹을 이야기한다&amp;quot;고 써있다. 소설집, 환상적, 초현실적, 공포, 잔혹. 어쩜 이렇게 다 내가 좋아하는 키워드들만 있는지. 이 책을 고르지 않고는 배길 수 없었다.&lt;/p&gt;
&lt;p&gt;하지만 책은 내가 기대했던 분위기와는 달랐다. 환상적이고 초현실적인 이야기들인 것은 맞다. 공포스럽고 잔혹한 것도, 관점에 따라서는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 수록 그런 키워드들은 부차적인 것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경과 설정이 독특하지만, 이야기는 그 독특함에 휩쓸리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그것들은 작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도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lt;/p&gt;
&lt;p&gt;#&lt;/p&gt;
&lt;p&gt;이야기들을 모두 읽자, 책의 마지막 장에 작가의 말이 있었다. 작가는 거기에서 &amp;quot;세상은 여전히 쓸쓸하고 인간은 여전히 외로우며 이 사실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amp;quot;고 썼다. 그래서 &amp;quot;쓸쓸하고 외로운 독자에게 위안이 되고 싶었다&amp;quot;고 썼다. 그제서야 나는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 왜 내가 기대했던 분위기가 아니었는지. 나는 잘못된 키워드에 이끌려 책을 골랐던 것이었다.&lt;/p&gt;
&lt;p&gt;작가의 말마따나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모두 쓸쓸하고 외롭게 끝을 맞는다. 그나마 단편 &amp;quot;바람과 모래의 지배자&amp;quot; 정도는 해피엔딩이랄 수 있지만, 다른 아홉 단편은 비극적으로 끝난다. 몇몇 이야기들은 너무나 초현실적이면서 느닷없이 끝나버리곤 해서 당황스럽기도 했다. 예전에 한창 유행했던 잔혹 현대 동화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lt;/p&gt;
&lt;p&gt;다른 한편으로는, 해피 엔딩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김애란 작가의 단편집 &amp;quot;비행운&amp;quot;이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amp;quot;비행운&amp;quot;은 등장 인물간의 갈등을 최고조까지 올려놓고 끝맛이 맵게 이야기를 끝내는 반면에, &amp;quot;저주토끼&amp;quot;는 주요 인물을 바닥 끝까지 끌어내려 쓸쓸하고 차갑게 끝낸다는 차이가 있다.&lt;/p&gt;
&lt;p&gt;#&lt;/p&gt;
&lt;p&gt;기대했던 이야기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좋은 이야기들이었다.(몇몇 단편들은) 호불호가 갈릴만한 내용이기도 했다.&lt;/p&gt;</description>
      <category>독서감상문</category>
      <category>독서감상문</category>
      <category>독후감</category>
      <category>리뷰</category>
      <category>소설</category>
      <category>저주토끼</category>
      <category>정보라</category>
      <category>책</category>
      <author>한유적</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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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Fri, 22 Jul 2022 19:36:25 +0900</pubDate>
    </item>
    <item>
      <title>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에릭 와이너)</title>
      <link>https://writ.tistory.com/143</link>
      <description>&lt;p&gt;이 책의 저자는 기자다. 그는 자신 나름의 기준대로 14명의 철학자를 선정해, 그들의 철학을 소개한다. 단순히 책상에 앉아 그들의 소개문을 작성하는 게 아니라, 철학자 각자에게 의미 있는 장소 - 그들이 살았던 곳이나 그들이 활동했던 곳 - 으로 기차를 여행을 떠난다. 그들의 흔적을 더듬으며 그들의 철학을 설명한다.&lt;/p&gt;
&lt;p&gt;마크루스, 소크라테스, 루소, 소로, 쇼펜하우어, 에피쿠로스, 시몬 베유, 간디, 공자, 세이 쇼나곤, 니체, 에픽테토스, 보부아르, 몽테뉴. 유명한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생전에도 이미 철학자로 명성을 날리던 사람도 있고, 현대에 들어서도 철학자로 분류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작가가 &amp;quot;가장 위대한 철학자 14명&amp;quot;을 꼽은 것 같지는 않다. 각 챕터의 제목이 이야기하듯, &amp;quot;14가지의 관점에서 각각 위대한 철학자&amp;quot;를 꼽은 것 같다. 이야기를 다채롭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성공한 것 같다.&lt;/p&gt;
&lt;p&gt;철학 초보자의 관점에서 볼 때, 좋은 철학 입문서다. 각 챕터는 챕터의 주인공인 철학자의 사상, 생각, 삶에 관해 이야기함은 물론이고 그들의 주변 인물이나 영향을 주고 받은 인물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깊게 들어가지는 않지만 관련된 여러 가지 키워드들을 알려줌으로써, 이후 철학을 더 공부하거나 철학과 관련된 책을 읽어나갈 단서를 제공해준다. &amp;quot;철학&amp;quot;이라는 것에 관심은 있으나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던 나 같은 사람에게는 좋은 정보들이라고 할 수 있다.&lt;/p&gt;
&lt;p&gt;철학 입문서로는 만족스러웠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한 책이었다. 불필요한 인용과 비유들이 현학적으로 느껴질 때가 많았고, 기차 여행에서 마주한 일들과 철학자의 사상을 엮으려는 부분에서는 작위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었다. 읽기 괴로운 문장까지는 아니었지만, 기꺼이 읽고 싶은 문장은 아니었다. 책의 중반을 넘어서서는 책을 읽고 싶어 읽었다기보다는 책을 끝내고 싶어서 읽었다.&lt;/p&gt;
&lt;p&gt;하지만 그럼에도, 여러 가지 키워드를 얻을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쇼펜하우어, 니체, 몽테뉴, 스토아 학파, 관념론, 영원회귀, 실존주의자 등. 이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었다.&lt;/p&gt;</description>
      <category>독서감상문</category>
      <category>독서감상문</category>
      <category>독후감</category>
      <category>리뷰</category>
      <category>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category>
      <category>에릭 와이너</category>
      <category>에세이</category>
      <category>책</category>
      <author>한유적</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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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ments>https://writ.tistory.com/143#entry143comment</comments>
      <pubDate>Thu, 2 Jun 2022 21:41:18 +0900</pubDate>
    </item>
    <item>
      <title>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title>
      <link>https://writ.tistory.com/123</link>
      <description>&lt;p&gt;#&lt;/p&gt;

&lt;p&gt;오베는 옳은 것이 옳은 것이라고 믿는 남자다. &lt;/p&gt;

&lt;p&gt;그는 정직한 것이 옳다고 믿는다. 그는 남을 팔아먹지 않는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준다. 그는 자신과 관련된 일은 스스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자신이 직접 하지 않고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요즈음 세상이 잘못되었다고 믿는다. 오베는 고집이 있는 남자이고, 타협이 없는 남자이다.&lt;/p&gt;

&lt;p&gt;그런 그를 사람들은 까칠하다고 말한다. 사회성이 없다고도 말한다. 오베 스스로도 그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하지만 자신이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lt;/p&gt;

&lt;blockquote&gt;
오베의 아내는 그가 모든 것에 시비를 건다고 종종 오베와 다투었다.
하지만 오베는 시비 따위를 거는 게 아니었다. 그저 옳은 건 옳은 것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그게 그렇게 잘못된 태도란 말인가? &lt;small&gt;p.53&lt;/small&gt;
&lt;/blockquote&gt;

&lt;blockquote&gt;
&quot;사람들은 모두 품위 있는 삶을 원해요. 품위란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는 무언가를 뜻하는 거고요.&quot; 소냐는 그렇게 말했다. 오베와 루네 같은 남자들에게 품위란, 다 큰 사람은 스스로 자기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뜻했다. &lt;small&gt;p.370&lt;/small&gt;
&lt;/blockquote&gt;

&lt;p&gt;그런 그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꼭 한 명 있었다. 그의 아내 소냐다. 그녀는 요즈음 같은 세상에 그처럼 정직하고 굳은 신념을 가진 사람이 드물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자신을 세상에 단 하나뿐인 여자처럼 보아주는 오베를 사랑했다.&lt;/p&gt;

&lt;blockquote&gt;
그는 정의와, 페어플레이와, 근면한 노동과, 옳은 것이 옳은 것이 되어야 하는 세계를 확고하게 믿는 남자였다. 훈장이나 학위나 칭찬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그래야 마땅하기 때문이었다. 이런 종류의 남자들은 이제 더 이상 그리 많이 나오지 않는다는 걸 소냐는 알았다. &lt;small&gt;p.206&lt;/small&gt;
&lt;/blockquote&gt;

&lt;blockquote&gt;
오베는 자기가 보고 만질 수 있는 것들만 이해했다. 시멘트와 콘크리트, 유리와 강철, 공구들, 가늠할 수 있는 물건들. 그는 올바른 각도와 분명한 사용 설명서를 이해했다. 조립 모델과 도면, 종이에 그릴 수 있는 것들.&lt;/p&gt;
그는 흑백으로 이루어진 남자였다.
그녀는 색깔이었다. 그녀는 그가 가진 색깔의 전부였다. &lt;small&gt;p.57&lt;/small&gt;
&lt;/blockquote&gt;

&lt;p&gt;#&lt;/p&gt;

&lt;p&gt;그런 그녀가 죽었다. 교통사고로 아이를 유산하고 두 다리를 못 쓰게 되었음에도 굳세게 살아가던 그녀는, 결국에는 병을 얻고 병마와 싸우다가 죽게 된다. 자신을 이해해주던, 사랑해주던 유일한 사람이 죽었다. 오베에게는 더 이상 살아갈 이유가 그다지 없었다.&lt;/p&gt;

&lt;p&gt;아내가 죽은 지 6개월 뒤, 오베는 직장에서 강제 조기 정년퇴직을 당한다. 그는 아내가 너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죽기로 결심했다.&lt;/p&gt;

&lt;p&gt;#&lt;/p&gt;

&lt;p&gt;하지만 그의 죽음으로의 여정은 순탄하지 않다.&lt;/p&gt;

&lt;p&gt;죽으려는 순간 이웃이 문을 두드린다. 죽으려는 순간 목을 매달았던 밧줄이 (불량품이라 그런지) 끊어진다. 기차에 뛰어들려고 준비하는 참에 먼저 떨어진 사람이 있어 그를 구하느라 타이밍을 놓친다. 방법을 계속해서 바꿔보지만 세상은 그의 죽음을 계속해서 막아선다.&lt;/p&gt;

&lt;p&gt;#&lt;/p&gt;

&lt;p&gt;그는 지독한 고집불통이다. 그에게 장사치와 공무원들은 어떻게든 자신의 돈을 뜯어내려고 하는 사기꾼들이다. 사브 이외의 다른 (대부분의) 브랜드의 자동차를 사는 사람들은 얼간이다. 누구든 성인이라면 스스로 집을 수리하고 자동차를 수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성인이 운전면허가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성인이 자동차 후진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며, 주차 금지 구역에 주차를 하는 것을 보면 득달 같이 달려가 차를 뺄 것을 요구한다.&lt;/p&gt;

&lt;p&gt;아집으로 똘똘 뭉친 괴팍하고 재수 없는 아저씨로 보기에 딱 좋다. 하지만 그는 자살 시도 직전에 들린 이웃의 노크 소리를 무시하지 못했다. 타인의 도움 요청을 거절하지 못했다. &lt;/p&gt;

&lt;p&gt;#&lt;/p&gt;

&lt;p&gt;먼저 죽은 아내를 따라서 자살하려는 남편. 작품의 주인공의 상태만 보자면 이 소설은 우울하거나 해학적일 것이라 예상하기 쉽다. 하지만 이 소설은 거친 성격의 주인공과 대비되게 매우 잔잔하고 유쾌하다. 오베는 자신의 죽음을 막아서는,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을 보며 아직은 해야 할 일이 남아있음을 깨닫는다. 이들을 돕지 않고 아내를 따라갔다간, 그의 말마따나 그의 아내가 오베를 혼낼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lt;/p&gt;

&lt;p&gt;#&lt;/p&gt;

&lt;p&gt;마지막에 그는 조용히 죽는다. 언제든 죽어도 문제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놓은 상태에서 지병인 심장 질환으로, 조용히 잠든 뒤 눈뜨지 않게 된다. 장례식 같은 허례허식은 하지 말고 아내 옆에 매장만 해달라는 그의 유서와는 달리 그의 이웃은 그의 장례식을 치렀고, 식장에는 생전 오베에게 도움을 받았던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lt;/p&gt;

&lt;p&gt;#&lt;/p&gt;

&lt;p&gt;이야기는 단 한 번도, 노골적인 삶의 찬가를 하지 않는다. 자살은 나쁜 것이라는 표현 또한 전혀 하지 않는다. 이야기는 삶을 포기하려고 했던 오베와 그의 이웃 간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풀어내면서, 삶이란 단편적이지 않고 일차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삶이란 쉽게 포기할만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lt;/p&gt;

&lt;p&gt;모든 걸 잃었다고 생각한 오베에게도, 아직 소중한 것이 있었고 해야 할 일이 남아있었다. 그의 죽음은 극적이지 않지만, 자연스럽기 때문에 더욱 감동적이다.&lt;/p&gt;

&lt;p&gt;#&lt;/p&gt;

&lt;p&gt;비슷한 다른 상황을 비유로 들며 인물의 심리 상태를 묘사하는 문장들은 읽기에 즐겁고 신선했다. 번역은 원문을 최대한 살리고 싶었던 것인지 때때로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대체로 무난했다.&lt;/p&gt;

&lt;p&gt;45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이지만 40개의 작은 이야기들로 나뉘어져 있어 읽는 데 부담이 없었다.&lt;/p&gt;

&lt;p&gt;읽는 내내 즐거웠다. 같은 작가의 다른 책에도 관심이 간다.&lt;/p&gt;</description>
      <category>독서감상문</category>
      <category>독서감상문</category>
      <category>독후감</category>
      <category>리뷰</category>
      <category>소설</category>
      <category>오베라는남자</category>
      <category>책</category>
      <category>프레드릭배크만</category>
      <author>한유적</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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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Mon, 3 Jun 2019 16:12:48 +0900</pubDate>
    </item>
    <item>
      <title>세계대전Z (맥스 브룩스)</title>
      <link>https://writ.tistory.com/122</link>
      <description>&lt;p&gt;#&lt;/p&gt;

&lt;p&gt;좀비가 나오는 작품을 많이 보지는 않았다. 영화는 '28일 후', '레지던트 이블', 게임은 '더 라스트 오브 어스', 만화는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 작품들 몇 개.&lt;/p&gt;

&lt;p&gt;(사족; '28일 후'는 감염자들이 분노 바이러스에 걸린 '살아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좀비물로 보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게임 '더 라스트 오브 어스'도 비슷한 이유로 더 많은 비율의 사람들이 좀비물로 보지 않는다.)&lt;/p&gt;

&lt;p&gt;많이 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좀비가 등장하는 작품들이 어떤 식의 이야기들인지 대충은 알고 있다. 이미 정형화된 장르이고, 작품들은 대체로 공식을 따라가기 때문이다. 좀비에게 물리면 감염되고, 감염되면 죽은 뒤 다시 살아나거나 혹은 죽진 않더라도 죽은 거나 다름없는 상태이며, 좀비들은 사람들을 감염시키거나 잡아먹으려고 혈안이고, 주인공들은 그들을 피해 도망치거나 치료법을 찾아 동분서주한다.&lt;/p&gt;

&lt;p&gt;어떻게 표현하나 정도의 차이이지 대부분은 이 스토리라인을 따라간다.&lt;/p&gt;

&lt;p&gt;이 작품도 큰 틀에서 보자면 그런 클리셰를 비껴가지 않는다. 좀비들이 창궐하고 사람들은 살기 위해서 그리고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다만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소설에는 주인공이 없다는 것이다.&lt;/p&gt;

&lt;p&gt;#&lt;/p&gt;

&lt;p&gt;대부분의 좀비물은 국지적이다. 좀비 바이러스와 좀비의 영향은 전 세계적이나, 이야기는 국지적인 면에 집중한다. 주인공과 그 주변 인물들에게 말이다. 그들의 고난, 전투, 갈등, 감정에 대해 집중한다.&lt;/p&gt;

&lt;p&gt;이 소설은 다르다. 전 세계를 휩쓸고 간 10년간의 좀비와의 전쟁, 이른바 '세계전쟁Z'가 끝나고 10년 뒤, 전쟁의 원인과 결과를 분석하기 위해 화자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했던 인터뷰들을 엮은 형식이다. 굳이 따지자면 화자가 주인공이랄 수도 있겠지만, 화자는 서문과 인터뷰 전 간단한 설명과 인터뷰 중 질문을 제외하고는 일절 말을 하지 않는다.&lt;/p&gt;

&lt;p&gt;특별한 주인공 없이, 많은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좀비전쟁'의 전조부터 종전까지를 추적한다.&lt;/p&gt;

&lt;p&gt;#&lt;/p&gt;

&lt;p&gt;대단히 사실적이다.&lt;/p&gt;

&lt;p&gt;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것은 미국이다. 믿기 어렵고 해결하기는 더 어려운 문제에 직면하자 덮기에 급급했던 미국 정부는, 사태가 민간인들에게 알려진 후에도 미봉책과 전시행정에 집중한다. 군은 인간과의 전투만 생각하며 안일하게 좀비 떼와 대규모 전투를 벌이다가 대패하고, 민간인들은 추운 지방으로, 먼 해외로, 바다로, 혹은 뚜렷한 목적지 없이 어디로든지 피난을 떠난다. 누군가는 사람들의 공포를 이용해 가짜 백신을 만들어 떼돈을 벌고, 누군가는 공포에 미쳐 좀비처럼 행동하기도 한다. 현실적인 해결책이 등장해 사태가 해결되기 시작한 것은 세계적으로 억 단위의 사람들이 죽은 뒤다.&lt;/p&gt;

&lt;p&gt;미국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좀비에 대한 위협을 제일 처음 인정하고 대처하기 시작한 이스라엘, 미국에 자신들의 약점을 노출하고 싶지 않아 끝까지 사태를 감추었던 (그리고 사태의 시초라 추정되는) 중국, 난민들이 몰려든 대양과 섬들, 중세시대에 지어진 성에 자리를 잡고 견고히 버텼던 영국, 본토를 포기하고 탈출했던 일본, 전 국민을 땅굴로 끌어모은 듯 인적이 없어진 북한, 그런 북한을 보며 불안해하는 한국, 군대와 국민을 강압적으로 억압했던 러시아, 잘 대처한 덕분에 난민이 몰려들고 오히려 민주주의를 받아들이게 된 쿠바.&lt;/p&gt;

&lt;p&gt;너무나 다양한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위에서는 국가의 입장만을 예를 들었지만 실제로 책 속에는 군인, 밀수업자, 의사, 교수, 사업가, 우주비행사, 히키코모리 등 여러 개인의 측면에서도 다양하게 이야기를 풀어간다.&lt;/p&gt;

&lt;p&gt;이토록 입체적인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취재를 했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소설 속의 인터뷰는 모두 허구이지만 작가는 아마 이 책을 쓰기 위해 책에 들어간 내용의 몇 배의 분량을 취재하고 인터뷰했을 것이다.&lt;/p&gt;

&lt;p&gt;#&lt;/p&gt;

&lt;p&gt;읽기 전에 상상했던 것은 정형적이고 공식화된 이야기였다. 하지만 책 속에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있었다.&lt;/p&gt;

&lt;p&gt;'좀비'라는 소재를 이용했을 뿐, 이야기는 국가 규모의 감당하기 어려운 실제적인 위협이 나타났을 때 국가와 사람이 어떻게 느끼고 반응하고 대처하는지에 대해 사실적으로 잘 표현했다고 할 수 있다.&lt;/p&gt;

&lt;p&gt;솔직히 말해서 '좀비물'에 이토록 감탄하고 빠져들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lt;/p&gt;

&lt;p&gt;좋은 책이다.&lt;/p&gt;</description>
      <category>독서감상문</category>
      <category>리뷰</category>
      <category>맥스 브룩스</category>
      <category>세계대전Z</category>
      <category>소설</category>
      <author>한유적</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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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Tue, 9 Oct 2018 21:20:19 +0900</pubDate>
    </item>
    <item>
      <title>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title>
      <link>https://writ.tistory.com/121</link>
      <description>&lt;p&gt;#&lt;/p&gt;

&lt;p&gt;제목이 강렬하다. '개인주의자 선언'. 이론서나 철학서일 것만 같다. 개인주의자는 이러저러한 것이니 여러분도 개인주의자가 되시라! 이런 자기주장이 강한 책일 것 같다. 제목만 보면.&lt;/p&gt;

&lt;p&gt;하지만 책의 서두에서 저자가 밝히듯이, 이 책은 에세이다. 저자가 어딘가에 기고한 글들, 혹은 평소의 생각들 경험들을 가지고 쓴 글들이다. 자기주장이 강하지 않다. 어디까지나 저자 자신의 생각을 쓰고 있다. 부담 갖지 말고 가볍게 읽어도 좋다.&lt;/p&gt;

&lt;p&gt;#&lt;/p&gt;

&lt;p&gt;저자는 스스로를 개인주의자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개인주의자라는 것이 이기주의나 고립주의가 아니라고 말한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고 타인과 유대 없이 살아갈 수 없는 동물이고, 따라서 개인주의라고 해서 타인을 배척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타인과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개인 자신의 행복. 제일 중요한 것 하나만 추구하며 다른 모든 가치를 절하하는 것이 아니고, 가장 중요시하는 것과 다른 것들을 조화롭게 가져가는 것이라고 말한다.&lt;/p&gt;

&lt;blockquote&gt;
여기서 말하는 개인주의란 유아적인 이기주의나 사회를 거부하는 고립주의가 아니다. 개인주의는 근대 계몽주의, 합리주의와 함께 발전하며 서구사회의 근간을 형성했다. 합리적 개인주의자는 인간은 필연적으로 사회를 이루어 살 수밖에 없고, 그것이 개인의 행복 추구에 필수적임을 이해한다. &lt;small&gt;p.26&lt;/small&gt;&lt;/blockquote&gt;

&lt;blockquote&gt;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가들이 모여 있는 스칸디나비아 행복의 원동력은 넘치는 자유, 타인에 대한 신뢰, 그리고 다양한 재능과 관심에 대한 존중이라는 것이다. (중략) 집단주의로 인한 압력에 짓눌리지 않고 각자 제 잘난 맛에 사는, 서로 그걸 존중해주는 개인주의 문화의 강력함이다. 집단주의 문화권으로 분류되는 동아시아 경제 우등생들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lt;small&gt;p.56&lt;/small&gt;&lt;/blockquote&gt;

&lt;p&gt;나는 이 이야기가 마음에 든다. 여지껏 갖고 있던 의문, 스스로에 대해 정의하려고 할 때마다 모자랐던 한 조각을 발견한 느낌이다. 나는 스스로가 개인주의자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이기주의와 연결되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나는 개인주의자지만 그게 이기적이라는 뜻은 아니야! 라고 마음속으로는 백 번 이야기해도 밖으로는 내뱉을 수 없었다. 그렇게 말할 수 있을 만한 근거가, 타인은 설득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lt;/p&gt;

&lt;p&gt;하지만 저자는 분명하게 개인주의에 대한 사회의 편견과, 개인주의가 실제로 의미하는 바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것이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나는 정말 개인주의자인가. 개인주의자를 추구하는가. 잘못되거나 모자라거나 부족한 점은 없는가.&lt;/p&gt;

&lt;p&gt;#&lt;/p&gt;

&lt;p&gt;단순히 내용만 좋은 것이 아니라, 문장들도 훌륭하다. 판사이자 소설가이기도 한 저자는 맛깔나고 읽기 좋은 문장들로 책을 채웠다.&lt;/p&gt;

&lt;blockquote&gt;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서로 다른 별에서 온 외계인들이 북적대는 술집 같은 것이 내가 생각하는 사회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내 생각일 뿐 다른 별에서 온 사람들에게 강요할 수 있는 것이 못 된다. 그저 저 별에서 저런 과정을 거쳐 자란 인간들은 저렇게 생각하는구나 하는 것을 서로 알게 될 뿐이다. &lt;small&gt;p.9&lt;/small&gt;&lt;/blockquote&gt;

&lt;blockquote&gt;
집단, 공동체가 개인에 우선하는 숭고한 유기체고 개인은 이를 위해 기쁘게 헌신하고 희생해야 하는 나사못인 것이 아니다. 왼쪽으로든 오른쪽으로든 신의 나라로든, 집단에 대한 헌신을 찬양하며 사람들을 몰고 가는 피리 소리는 불길하고 미심쩍다. &lt;small&gt;p. 21&lt;/small&gt;&lt;/blockquote&gt;

&lt;blockquote&gt;
내성적인 이들도 외향적인 이들과 마찬가지로 사람과의 관계에서 행복을 느끼지만 적절한 거리가 유지되어야 행복을 느끼는 체질인 것이다. 미각이 지나치게 예민해 강한 맛의 음식에는 고통을 느끼는 것처럼. &lt;small&gt;p.57&lt;/small&gt;&lt;/blockquote&gt;

&lt;p&gt;#&lt;/p&gt;

&lt;p&gt;또한 유명한 학자나 저자의 말, 혹은 책이나 영화 등을 통해서도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사건 사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좁은 주제 안에서 시종일관 동어반복이나 다름없는 내용들로 책을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관점에서 이야기한다.&lt;/p&gt;

&lt;blockquote&gt;
마르크스주의는 자본주의의 모순을 냉철하게 파헤치는 측면에서는 탁월했다. 아름다운 말로 포장된 인간사회 구조의 곳곳에 탐욕과 이기심, 지배와 피지배 구조가 있다는 걸 일깨워주었다. 의문점은 그렇게 냉철하고 날카롭고 실증적이던 비판의식이 대안 제시 단계에서는 갑자기 종교 수준의 낙관주의로 돌변한다는 점이었다. &lt;small&gt;p.100&lt;/small&gt;&lt;/blockquote&gt;

&lt;blockquote&gt;
영양실조에는 다양한 구조적 문제가 엉켜 있었다. 위생설비가 형편없고 깨끗한 물이 부족했으며 사람들은 영양실조에 무지했다. 스터닌이 보기에 이런 분석은 모두 tbu(true but useless. 사실이지만 쓸모없는)에 불과했다. 영양실조로 당장 죽어가는 수백만 명 아이들이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다릴 수 있겠는가. 그는 근본 원인 대신 곧바로 개선 가능한 방법을 찾았다. &lt;small&gt;p.160&lt;/small&gt;&lt;/blockquote&gt;

&lt;blockquote&gt;
미디어 이론가 더글러스 러시코프는 현재의 충격에서 실시간 SNS로 연결되어 모든 것이 생중계되는 지금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이 순간의 현재에만 집중하는 현재주의가 지배하는 시대라면서, 과거의 불의를 극복하고 미래의 유토피아로 나아가는 식의 20세기적 서사 구조가 붕괴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lt;small&gt;p.207&lt;/small&gt;&lt;/blockquote&gt;

&lt;p&gt;#&lt;/p&gt;

&lt;p&gt;좋은 책이다. 유일하고 분명한 단점이라고 한다면, 제목이 너무 세 보인다는 것. 그것만 이겨내고 책을 읽어본다면,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lt;/p&gt;

&lt;p&gt;추천할 만하다.&lt;/p&gt;</description>
      <category>독서감상문</category>
      <category>개인주의자 선언</category>
      <category>리뷰</category>
      <category>문유석</category>
      <category>에세이</category>
      <category>책</category>
      <author>한유적</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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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Sun, 30 Sep 2018 20:54:16 +0900</pubDate>
    </item>
    <item>
      <title>소년이 온다 (한강)</title>
      <link>https://writ.tistory.com/120</link>
      <description>&lt;p&gt;#

&lt;blockquote&gt;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lt;br/&gt;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lt;small&gt;p.99&lt;/small&gt;
&lt;/blockquote&gt;

&lt;p&gt;#&lt;/p&gt;

&lt;p&gt;이 책은 5.18 광주 민주 항쟁 때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lt;/p&gt;

&lt;p&gt;소설은 항쟁의 희생자, 살아남은 사람, 고문받은 사람, 남겨진 유가족 들 각각의 시선과 생각들을 보여준다. 시점도 사건이 일어난 당시, 일어난 지 몇 년 후, 십몇 년 후, 이삼십 년 후 등 다양하다.&lt;/p&gt;

&lt;p&gt;6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6장이 모두 연결되어있지만 화자와 시점을 달리함으로써 사건에 입체적으로 접근한다.&lt;/p&gt;

&lt;p&gt;#&lt;/p&gt;

&lt;p&gt;이런 소설들, 비극적인 역사에 관한 이야기를 읽을 때면 항상 하게 되는 생각이 있다. '내가 저 상황에 처했으면 어떻게 했을까?' 일제강점기에 살고 있었다면, 6.25전쟁 당시에 라면, 군부 독제 시절이라면.&lt;/p&gt;

&lt;p&gt;이러한 상상으로 인해 생겨나는 공포들은 웬만한 공포 소설 혹은 영화들이 주는 것보다도 훨씬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실제로 있었던 일이기도 하고 앞으로 세상이 어떤 식으로 변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lt;/p&gt;

&lt;p&gt;이 소설 또한 그런 의미에서 굉장히 무서운 소설이다.&lt;/p&gt;

&lt;p&gt;읽으면서 생각한다. 나는 등장인물들처럼 군부가 쳐들어올 걸 알면서도 상무관에 남아 있을 수 있었을까. 고문의 후유증에 시달리면서도 살아갈 수 있었을까.&lt;/p&gt;

&lt;p&gt;피해자들의 상황과 심정이 현실적이고 절절해서, 마주하기 쉽지 않다.&lt;/p&gt;

&lt;blockquote&gt;
그녀는 인간을 믿지 않았다. 어떤 표정, 어떤 진실, 어떤 유려한 문장도 완전하게 신뢰하지 않았다. 오로지 끈질긴 의심과 차가운 질문들 속에서 살아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lt;small&gt;p.95&lt;/small&gt;
&lt;/blockquote&gt;

&lt;blockquote&gt;
나는 싸우고 있습니다. 날마다 혼자서 싸웁니다. 살아남았다는, 아직도 살아 있다는 치욕과 싸웁니다.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과 싸웁니다. 오직 죽음만이 그 사실로부터 앞당겨 벗어날 유일한 길이란 생각과 싸웁니다. &lt;small&gt;p.135&lt;/small&gt;
&lt;/blockquote&gt;

&lt;blockquote&gt;
생시에 가까워질수록 꿈은 그렇게 덜 잔혹해진다. 잠은 더 얇아진다. 습자지처럼 얇아져 바스락거리다 마침내 깨어난다. 악몽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기억들이 조용히 당신의 머리맡에서 기다리고 있다. &lt;small&gt;p.161&lt;/small&gt;
&lt;/blockquote&gt;

&lt;p&gt;#&lt;/p&gt;

&lt;p&gt;작가가 쓴 다른 소설들과는 성격이 다르다.&lt;/p&gt;

&lt;p&gt;'멀지 않은 과거'에 '실제로 있었던' '비극적인' 일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보니, 작가의 생각과 상상력이 그 속을 비집고 들어가기에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그것으로 인해 무언가가 훼손될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모욕으로 다가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lt;/p&gt;

&lt;p&gt;때문인지 작가는 추상적인 표현을 최대한 자제하였다. 작가의 다른 소설들처럼 등장인물들의 내면에 집중하지만, 내면을 보여줌에 있어 작가 특유의 모호하고 직설적이지 않은 표현들이 적다.&lt;/p&gt;

&lt;p&gt;덕분에 '한강스러운' 문장을 읽는 맛은 줄었다. 이야기에 집중하기는 좋다.&lt;/p&gt;

&lt;p&gt;#&lt;/p&gt;

&lt;p&gt;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사실 잘 찾아 읽지 않는다. 무섭고 가슴 아프니까. 하지만 출간된 지 4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꾸준한 인기를 갖고 있기도 하고, 최근 한강 작가에 대한 관심이 늘기도 해서 읽어보았다.&lt;/p&gt;

&lt;p&gt;읽기를 잘한 것 같다.&lt;/p&gt;</description>
      <category>독서감상문</category>
      <category>감상</category>
      <category>소년이 온다</category>
      <category>소설</category>
      <category>책</category>
      <category>한강</category>
      <author>한유적</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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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ments>https://writ.tistory.com/120#entry120comment</comments>
      <pubDate>Sun, 23 Sep 2018 11:09:09 +0900</pubDate>
    </item>
    <item>
      <title>반딧불이 (무라카미 하루키)</title>
      <link>https://writ.tistory.com/119</link>
      <description>&lt;p&gt;#&lt;/p&gt;

&lt;p&gt;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집이다. 책표지 디자인도 요즈음 디자인으로 보이고 초판 인쇄일도 2010년으로 되어 있어서 영락없이 최근에 쓴 단편집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80년대 중후반에 쓴 소설들의 모음집이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09년에 출간한 작가의 장편 1Q84의 인기에 힘입어 (혹은 편승하기 위해) 우리나라 출판사가 뒤늦게 번역 출간한 것이라고 한다.&lt;/p&gt;

&lt;p&gt;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딱 하나 읽었다. 가장 유명한 '노르웨이의 숲'. 대학교 신입생 때 혹은 그 다음 해에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 읽고는 &quot;이상한 소설이네&quot; 하고 감상을 마무리했던 기억이 있다 (다시 읽으면 다르게 다가올 것 같기는 하다). 읽은 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내용도 거의 기억나지 않으니, 작가의 작품을 알지 못하는 상태로 이 책을 읽었다고 해도 잘못된 말은 아닐 것이다.&lt;/p&gt;

&lt;p&gt;#&lt;/p&gt;

&lt;p&gt;작가가 '작가의 말'에서 언급하기를, 단편 소설은 &quot;장편이 되지 못할 소재를 유효하게 활용하기 위한, 혹은 짧은 형식으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심상 등을 나타내기 위한 그릇&quot;이며 단편 소설을 쓰는 것은 &quot;내가 가진 문장적인 근육을 여기저기 세세하게 움직여서 그 움직임과 유효성을 확인&quot;하는 행위라고 했다&lt;/p&gt;

&lt;p&gt;그러한 맥락에서 쓰인 단편들이 어떤 공통적인 주제의식이나 테마를 공유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단편집은 그저 마음 편히, 작가가 장편에서 미처 못다 한 이야기들 혹은 장편으로 발전시키기 전의 이야기들을 본다고 생각하면 된다.&lt;/p&gt;

&lt;p&gt;'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어떤 스타일인가'를 느끼기에 괜찮은 소설집이라고 본다. &lt;/p&gt;

&lt;p&gt;#&lt;/p&gt;

&lt;p&gt;소설들의 분위기가 좋다. 특히나 '반딧불이'와 '비 오는 날의 여자 #241, #242'의 분위기가 좋다. 절제되고 가라앉은 분위기, 거기서 느껴지는 허무함, 우울함. 그런 것들이 좋다.&lt;/p&gt;

&lt;blockquote&gt;죽음은 삶의 반대가 아니다. 죽음은 이미 내 안에 있다. (중략) &lt;br/&gt;나는 그것을 확실히 인식했다. 그리고 인식함과 동시에 그것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아주 어려운 작업이었다. 나는 아직 열여덟 살이었고, 사물의 중간점을 찾기에는 아직 너무 어렸기 때문이다. &lt;small&gt;p.30&lt;/small&gt;&lt;/blockquote&gt;

&lt;blockquote&gt;그러나 나는 되도록 모든 것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심각하게 생각하기에 세계는 너무나 불확실하며, 아마 그 결과로서 주변 사람들에게 뭔가를 강요하게 될 것이다. &lt;small&gt;p.40&lt;/small&gt;&lt;/blockquote&gt;

&lt;p&gt;그럼에도 문장들은 얌전하지 않은 것 또한 좋다. 이것은 비단 위의 두 이야기뿐만 아니라 이 책에 실린 여섯 단편 모두가 그러하다. 비유들이 하나같이 개성이 있고 재미있다. 신선하달까, 선명하달까, 그런 느낌이다.&lt;/p&gt;

&lt;blockquote&gt;계절만이 슬라이드 필름을 갈아끼우는 것처럼 지나갔다. &lt;small&gt;p.31&lt;/small&gt;&lt;/blockquote&gt;

&lt;blockquote&gt;요컨대 양쪽 귀의 신경이 균등하게 작용하다가도 때때로 오른쪽의 침묵이 왼쪽 소리를 뭉개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침묵이 기름처럼 오감을 뒤덮는다. &lt;small&gt;p.85&lt;/small&gt;&lt;/blockquote&gt;

&lt;blockquote&gt;그녀가 초인종을 누르자 휑한 집안에 초인종 소리가 울려퍼졌다. 마치 거대하고 텅 빈 위장 밑바닥에 앉아 누군가의 커다란 웃음소리를 듣는 것 같았다. &lt;small&gt;p.197&lt;/small&gt;&lt;/blockquote&gt;

&lt;blockquote&gt;산딸나무의 가느다란 가지에는 빗방울이 갓 죽은 물고기의 이빨처럼 곱게 줄지어 있다. &lt;small&gt;p.209&lt;/small&gt;&lt;/blockquote&gt;

&lt;p&gt;#&lt;/p&gt;

&lt;p&gt;여러모로, 무라카미 하루키를 모르는 사람보다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알고 있는 사람,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더 좋을 것 같은 책이다.&lt;/p&gt;

&lt;p&gt;무라카미 하루키를 읽어보지 못한 (나 같은) 사람에게는 그의 책을 찾게 만드는 에피타이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lt;/p&gt;

&lt;p&gt;가볍게 읽기에 나쁘지 않다.&lt;/p&gt;</description>
      <category>독서감상문</category>
      <category>감상</category>
      <category>무라카미 하루키</category>
      <category>반딧불이</category>
      <category>소설</category>
      <category>책</category>
      <author>한유적</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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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ments>https://writ.tistory.com/119#entry119comment</comments>
      <pubDate>Thu, 13 Sep 2018 21:41:19 +0900</pubDate>
    </item>
    <item>
      <title>호밀밭의 파수꾼 (J. D. 샐린저)</title>
      <link>https://writ.tistory.com/118</link>
      <description>&lt;p&gt;#&lt;/p&gt;

&lt;p&gt;주인공 홀든은 다니던 고등학교에서 낙제로 인해 퇴학을 당한다. 이 소설은 퇴학이 확정된 뒤 홀든이 학교와 뉴욕 거리를 방황하는 나흘 동안에 관한 이야기다.&lt;/p&gt;

&lt;p&gt;이야기는 굉장히 정신없다. 주인공은 학교에서 기차역으로, 호텔로, 술집으로, 클럽으로, 공원으로... 나흘 동안 많은 곳을 돌아다니는데, 그 여정 자체가 특별하진 않다. 왜냐하면 그 여정에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저 퇴학 통보가 집에 도착하기 이전에는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아 하는 방황에 불과하기 때문이다.&lt;/p&gt;

&lt;p&gt;방황 속에서 홀든은 사람들을 만나고 술을 마시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많은 생각을 하는데, 그 전개가 어지럽고 난잡하다.&lt;/p&gt;

&lt;p&gt;이야기의 시작도, 홀든이 병 때문에 요양 중인 상태에서 '작년의 크리스마스 무렵의 미치광이 같은 신변 이야기'를 하겠다며 시작하는데, '미치광이 같은'이라는 수식어가 참으로 알맞다고 생각한다. 그의 이야기는 시간순으로 진행되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의식의 흐름에 따라 되는 대로 지껄이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lt;/p&gt;

&lt;p&gt;마치 그의 자서전을 쓰기 위해 그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작가가 된 느낌이다. 문제는 나에게 질문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내가 원하는 맥락으로 이끌어 갈 수 없다는 점이다. 받아 적으면서도 이걸 어떻게 정리해야 하나 골치가 아픈 것이다.&lt;/p&gt;

&lt;p&gt;#&lt;/p&gt;

&lt;p&gt;너무 어렵다. 만약 이 소설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유명한 고전이 아니었다면, 나는 중간에 읽기를 멈췄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오히려 한 번을 더 읽었다. 하지만 여전히 난해하다. 뭘 말하고자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lt;/p&gt;

&lt;p&gt;#&lt;/p&gt;

&lt;p&gt;홀든은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상태다.&lt;/p&gt;

&lt;p&gt;그는 거의 모든 타인들이 멍청하고 존중할 가치가 없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자신과 대화를 나누기 좋은 '지적'인 인간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정작 홀든 자신의 언행도 그다지 지적이거나 교양 있게 느껴지진 않는다). 세상에 대해 어른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이다.&lt;/p&gt;

&lt;p&gt;그와 동시에 자존감이 부족하기도 하다. 겁쟁이가 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면서 스스로를 겁쟁이라 말하고, 말끝마다 '이건 정말이다' '이건 거짓말이 아니다' '이건 사실이다' 따위의 강조를 말버릇처럼 붙여댄다.&lt;/p&gt;

&lt;p&gt;읽으면서 '인간 실격'이 떠올랐다. 두 이야기의 공통점은 거의 없다. 하지만 하나, 커다란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주인공들이 스스로를 파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주변에 진정으로 의지하거나 마음을 열 상대가 없어서, 표류하고 있다.&lt;/p&gt;

&lt;p&gt;#&lt;/p&gt;

&lt;p&gt;작중에서 '호밀밭의 파수꾼'이라는 본작의 제목이 등장하는 순간이 한 번 있다. 무엇이 되고 싶냐는 동생 피비의 질문에 대한 홀든의 대답이다.&lt;/p&gt;

&lt;blockquote&gt;
아무튼 나는 넓은 호밀밭 같은 데서 조그만 어린애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것을 항상 눈에 그려본단 말야. 몇 천 명의 어린애들만이 있을 뿐 주위에는 어른이라곤 나밖엔 아무도 없어. 나는 까마득한 낭떠러지에 서 있는 거야. 내가 하는 일은 누구든지 낭떠러지에 떨어질 것 같으면 얼른 가서 붙잡아 주는 거지, 애들이란 달릴 때는 저희가 어디로 달리고 있는지 모르잖아? 그럴 때 내가 어디선가 나타나서 그애를 붙잡아야 하는 거야. 하루종일 그 일만 하면 돼. 이를테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는 거지. 바보 같은 짓인 줄은 알고 있어. 그러나 내가 정말 되고 싶은 것은 그런 거야. 바보 같은 짓인 줄은 알고 있지만 말야. &lt;small&gt;p.250&lt;/small&gt;
&lt;/blockquote&gt;

&lt;p&gt;내가 보기에 홀든이 진정 되고 싶었던 것은 파수꾼이라기보다는 그 호밀밭에서 뛰어노는 아이가 아니었을까 싶다. 낭떠러지로 떨어지지 않도록 자신을 보호해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떨어질 때 잡아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빼고는, 그는 호밀밭의 아이들이나 마찬가지다. 어디로 갈지 모르고 어디로 튈지 모르고.&lt;/p&gt;

&lt;p&gt;#&lt;/p&gt;

&lt;p&gt;앤톨리니 선생이 하는 말은 홀든의 상태를 잘 설명하고 있다.&lt;/p&gt;

&lt;blockquote&gt;
&quot;지금 네가 뛰어들고 있는 타락이란 일종의 특수한 타락인데, 무서운 타락으로 여겨지는군. 타락해 가는 인간에게는 감촉할 수 있다든지 부딪쳐서 들을 수 있는 그런 바닥이 있는 것이 아니거든. 장본인은 자꾸 타락해 가기만 할 뿐이야. 이 세상에는 인생의 어느 시기에는 자기 자신의 환경이 도저히 제공할 수 없는 어떤 것을 찾는 사람들이 있는 법인데, 네가 바로 그런 유의 사람이야. 그런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환경이 도저히 자기가 바라는 것을 제공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 그래서 단념해 버리는 거야. 실제로 찾으려고 시작도 해보지 않고 단념해 버리는 거야.&quot; &lt;small&gt;p.270&lt;/small&gt;
&lt;/blockquote&gt;

&lt;p&gt;#&lt;/p&gt;

&lt;p&gt;어렵다.&lt;/p&gt;

&lt;p&gt;홀든의 제인 갤러거에 대한 집착, 영화에 대한 모호한 태도, 공원 안 호수에서 살아가는 오리에 대한 홀든의 생각과 그에 대한 택시기사들의 반응 등등. 아직도 이해하지 못한 상징들이 많다.&lt;/p&gt;

&lt;p&gt;이야기를 온전히 이해했다기보다는 파편적으로 군데군데 이해했다는 느낌이다.&lt;/p&gt;

&lt;p&gt;아무래도 책 말미에 수록된 해설과, 인터넷상의 다른 사람들의 리뷰도 읽어봐야 할 것 같다.&lt;/p&gt;

&lt;p&gt;#&lt;/p&gt;

&lt;p&gt;해설 혹은 해석이 필요한 이야기가 좋은 이야기인가? 이 소설이 유명하지 않았으면 내가 이토록 이 소설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을까?&lt;/p&gt;

&lt;p&gt;어려운 이야기다.&lt;/p&gt;</description>
      <category>독서감상문</category>
      <category>J. D. 샐린저</category>
      <category>리뷰</category>
      <category>소설</category>
      <category>책</category>
      <category>호밀밭의 파수꾼</category>
      <author>한유적</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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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Mon, 3 Sep 2018 23:24:14 +0900</pubDate>
    </item>
    <item>
      <title>어디서 살 것인가 (유현준)</title>
      <link>https://writ.tistory.com/117</link>
      <description>&lt;p&gt;#&lt;/p&gt;

&lt;p&gt;첫 장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lt;/p&gt;

&lt;p&gt;'양계장에서는 독수리가 나오지 않는다'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1장은 아이들을 위해 천편일률적인 학교 건물들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작가의 주장들이 어이없다.&lt;/p&gt;

&lt;blockquote&gt;
우리나라 학교 건축은 교도소 혹은 연병장과 막사의 구성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공간에서 12년 동안 생활한 아이들은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 &lt;small&gt;p.26&lt;/small&gt;
&lt;/blockquote&gt;

&lt;blockquote&gt;
인격이 형성되는 시기에 이런 시설에서 12년을 보낸다면 그 아이는 어떤 어른으로 자라게 될까? 똑같은 옷, 똑같은 식판, 똑같은 음식, 똑같은 교실에 익숙한 채로 자라다 보니 자신과 조금만 달라도 이상한 사람 취급하게 왕따를 시킨다. &lt;small&gt;p.28&lt;/small&gt;
&lt;/blockquote&gt;

&lt;blockquote&gt;
똑같은 공간에서 12년을 지내는 아이들이 정상적인 인격으로 성장하기 바라는 것은 무리다. &lt;small&gt;p.41&lt;/small&gt;
&lt;/blockquote&gt;

&lt;p&gt;모든 잘못됨의 원인을 건축으로 단정 짓고 있는데, 대부분의 주장에는 뒷받침하는 근거가 없다. 논문이나 기사를 인용하거나, 하다못해 출처가 불분명한 실험 결과나 누군가의 말을 인용하지도 않는다. 상식에 기반하는 내용도 아닌데, 저자는 자신의 생각이 마치 당연하고 확실한 진리인 양 단언한다. 그의 생각이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읽는 사람으로서 '이 사람의 말은 무조건 옳아'라는 전제를 세우지 않는 이상 받아들이기 어렵다.&lt;/p&gt;

&lt;p&gt;말하는 방식이 너무 난폭해서 화가 날 정도였다. '내 말은 무조건 맞아. 의심하지 말고 들어.'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lt;/p&gt;

&lt;p&gt;#&lt;/p&gt;

&lt;p&gt;일단 그래도 계속 읽었다.&lt;/p&gt;

&lt;p&gt;1장만 그럴 수도 있다. 어렵고 구구절절한 이야기는 생략함으로써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렇다면 이후부터는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할 수도 있다.&lt;/p&gt;

&lt;p&gt;하지만 뒤에서도 변하지 않는다. 뒤에서는 간간이 다른 글 혹은 말을 인용함으로써 근거를 제시하려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몇몇 문장을 더 인용해본다.&lt;/p&gt;

&lt;blockquote&gt;
이들은 평등을 획일화를 통해 이루려 한다. 평등은 다양성을 통해 이루어야 한다. 만약 내가 5천 원짜리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는데 당신이 만 원짜리 수제 햄버거를 먹는다면 나는 기분이 나쁠 것이다. 우리 둘 다 똑같은 크기와 종류의 음식을 먹는데 가격만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신이 만 원짜리 수제 햄버거를 먹을 때 내가 5천 원짜리 쫄면을 먹는다면, 나는 별로 기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다른 두 종류의 음식 모두 나름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lt;small&gt;p.50&lt;/small&gt;
&lt;/blockquote&gt;

&lt;blockquote&gt;
마이클 잭슨은 평소 한 손에 장갑을 끼고 다녔다. 이는 세상과 자신을 구분하는 패션 장치다. &lt;small&gt;p.104&lt;/small&gt;
&lt;/blockquote&gt;

&lt;blockquote&gt;
왜 사춘기 청소년들은 화장실을 가지고 자주 싸울까? 사춘기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독립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자기 방문을 잠그고 커튼도 친다. (중략) 사춘기 아이들의 최후 수단은 화장실에 가서 문을 잠그는 것이다. 적어도 화장실만큼은 생리적인 이유로 개인의 사생활이 보장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lt;small&gt;p.105&lt;/small&gt;
&lt;/blockquote&gt;

&lt;blockquote&gt;
마찬가지로 하나의 스타일로 된 모든 유니폼도 조직을 통합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대기업 사원들은 특정한 유니폼이 없지만 너도나도 짙은 양복을 입는다. 자신이 전체의 일부가 되었다고 안심하는 동시에 다른 조직에게 하나 된 위압감을 보여 주기 위함이다. &lt;small&gt;p.211&lt;/small&gt;
&lt;/blockquote&gt;

&lt;blockquote&gt;
우리가 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것도 이러한 권력 추구의 본능이 반영된 행위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높은 산의 정상의 오르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은 권력욕이 많은 사람이라고 볼 수 있겠다. &lt;small&gt;p.216&lt;/small&gt;
&lt;/blockquote&gt;

&lt;blockquote&gt;
이러한 내용의 사회학 논문을 본 적은 없다. 하지만 건축적으로 유추해보면 도시 고밀화와 사회 진화는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고 보인다. &lt;small&gt;p.360&lt;/small&gt;
&lt;/blockquote&gt;

&lt;p&gt;근거도 빈약하고 비유도 너무 허무맹랑하다. 마이클 잭슨에 관한 내용은 아예 틀렸다. 잭슨은 패션이 아니라 백반증 때문에 장갑을 꼈다.&lt;/p&gt;

&lt;p&gt;#&lt;/p&gt;

&lt;p&gt;이 책의 왜 '어디서 살 것인가'인지도 궁금하다. 책의 내용이 '어디서 살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로 보이지 않는다. 그저 건축에 대해 알고 있는 자신의 이야기들을 풀어놓은 것 같다.&lt;/p&gt;

&lt;p&gt;제목이 책의 주제와 내용을 대표하고 축약한 것이라는 내 지식이 틀린 게 아니라면, 6장과 7장은 이 책에 필요 없다. 8장도 빼도 무방하다. 언급한 세 장 이외의 다른 장들도 군살이 너무 많다.&lt;/p&gt;

&lt;p&gt;#&lt;/p&gt;

&lt;p&gt;책에 쓰여 있는 작가의 약력을 보면 내가 무시할만한 사람은 아니다. 학력도 굉장하고 현직 교수 겸 건설 컨설턴트이며, 방송에도 수차례 얼굴을 내민 사람이다.&lt;/p&gt;

&lt;p&gt;그가 책에서 한 말들이, 대부분 맞는 말일 수도 있고 좋은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주장하는 바에 대한 근거는 부실하고, 글은 하나의 주제로 잘 집약되지 않는 느낌이다. 차라리 제목을 다르게 했다면, 아니면 내용을 줄이고 축약하고 압축했다면 나았을 것 같다.&lt;/p&gt;

&lt;p&gt;좋은 책은 아니다.&lt;/p&gt;</description>
      <category>독서감상문</category>
      <category>리뷰</category>
      <category>어디서 살 것인가</category>
      <category>유현준</category>
      <category>책</category>
      <author>한유적</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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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Sun, 26 Aug 2018 18:37:42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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